태풍 이름 정하는 방식과 영구 제명된 역대 최악의 태풍 리스트

매년 여름과 가을 한반도를 위협하는 태풍, 그 이름 뒤에 숨겨진 명명 방식과 막대한 피해로 다시는 불리지 않게 된 영구 제명 태풍들의 뼈아픈 역사를 상세하게 파헤쳐 봅니다.

태풍 이름 정하는 방식과 영구 제명된 최악의 태풍 리스트

1. 태풍이란 무엇이며 왜 이름을 붙일까?

태풍(Typhoon)은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 중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초당 17m 이상으로 발달한 강력한 폭풍우를 의미합니다. 지구상에는 매년 수많은 열대저기압이 발생하며, 때로는 여러 개의 태풍이 동시에 활동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동시에 여러 태풍이 발생할 경우 기상 예보관들이 서로 혼동하지 않고 정확한 예보와 경보를 발령하기 위해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태풍에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은 20세기 초 호주의 기상 예보관 클레멘트 래기(Clement Wragge)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태풍에 붙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 해군과 공군 기상병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태풍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는 남성과 여성의 이름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2. 현재의 태풍 이름 정하는 방식

오늘날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아시아 지역 고유의 태풍 이름 시스템은 2000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것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산하에 있는 '태풍위원회(Typhoon Committee)'는 아시아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보의 친숙함을 더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언어로 된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현재 태풍위원회에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14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국가당 10개씩의 이름을 제출하여 총 140개의 태풍 이름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140개의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 순서대로 사용되며, 140번까지 모두 소진되면 다시 1번부터 재사용하게 됩니다. 한 해에 평균 25~30개의 태풍이 발생하므로 전체 이름이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통상적으로 4~5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 및 이름 제출 테마 요약
회원국 주요 제출 이름 테마 제출 이름 예시
대한민국 작고 연약한 동식물 (피해 최소화 기원)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북한 자연물, 새, 식물 기러기, 도라지, 민들레
중국 신화 속 인물, 자연물 우콩(손오공), 하이센(해신)
일본 별자리 이름 야기(염소자리), 덴빈(천칭자리)
필리핀 동식물, 자연물 다나스, 탈라스
기타 9개국 각국의 상징적인 동물, 식물, 지명 등 미크로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마카오 등 참여

3. 태풍 이름에 한국어가 많은 이유

태풍 이름 전체 140개 중 한국어로 된 이름은 무려 20개에 달합니다. 하나의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압도적인 1위인데, 그 이유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각 태풍위원회의 독립적인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각각 10개의 이름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의 언어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어 태풍 이름이 가장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 대한민국이 제출한 이름들은 '개미', '나리', '장미' 등 주로 곤충이나 꽃과 같이 작고 온순한 자연물의 이름이 많습니다. 이는 태풍이 무사히, 그리고 큰 피해 없이 온순하게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기러기', '도라지', '메아리' 등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인한 자연의 상징물을 주로 제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및 북한이 제출한 태풍 이름 목록 (일부 변경 전후 기준)
제출국 태풍 이름 목록
대한민국 (남한)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4. 태풍 이름의 영구 제명 기준과 절차

태풍의 이름은 계속해서 순환하며 재사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명부에서 영원히 삭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영구 제명(Retirement)'이라고 부릅니다. 태풍 이름이 영구 제명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태풍이 특정 국가에 막대한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입혔을 경우입니다.

큰 재난을 겪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을 방지하고, 기상 역사에 중대한 기록으로 남은 태풍을 다른 태풍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 피해 당사국은 태풍위원회에 해당 이름의 제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 총회에서 제명이 승인되면, 원래 그 이름을 제출했던 국가에서 새로운 이름 후보군을 다시 제출하여 빈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한반도를 휩쓸고 간 '매미'나 '루사' 역시 이런 절차를 거쳐 명부에서 사라졌습니다.

5. 영구 제명된 역대 최악의 태풍 리스트

2000년 새로운 태풍 명명법이 도입된 이후, 수많은 태풍이 아시아 전역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영구 제명 처리를 받은 대표적이고 치명적인 태풍들의 리스트와 그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특히 2002년의 '루사(RUSA)'와 2003년의 '매미(MAEMI)'는 대한민국 현대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2022년 발생하여 포항 등 남부 지방에 큰 침수 피해를 발생시킨 '힌남노(HINNAMNOR)' 역시 막대한 피해액을 남기고 제명되었습니다.

영구 제명된 역대 주요 태풍 및 제명 사유
태풍 이름 (발생연도) 제출국 대체된 새 이름 주요 제명 사유 및 피해 규모
루사 / RUSA (2002) 말레이시아 누리 (Nuri) 강릉 하루 강수량 870mm 기록, 사망·실종 246명, 재산피해 5조 1천억 원 이상 (한국)
매미 / MAEMI (2003) 북한 무지개 → 수리개 초속 60m 역대급 강풍, 크레인 붕괴 및 해일 피해, 재산피해 4조 2천억 원 (한국)
하이옌 / HAIYAN (2013) 중국 바이루 (Bailu) 필리핀 강타, 폭풍해일로 인해 7,300명 이상 사망 및 실종, 막대한 인프라 파괴 (필리핀)
망쿳 / MANGKHUT (2018) 태국 끄라톤 (Krathon) 필리핀 및 홍콩, 중국 남부 강타, 134명 사망 및 막대한 농경지 초토화 피해 (범아시아)
힌남노 / HINNAMNOR (2022) 라오스 옹망 (Ongmang) 대한민국 포항 냉천 범람, 지하주차장 참사 발생, 36명 사상 및 막대한 침수 피해 (한국)

자주 묻는 질문 (FAQ)

태풍 이름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와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태풍위원회 회원국 14개국이 각각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차례대로 사용합니다.

한국어로 된 태풍 이름은 총 몇 개인가요?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각 10개씩 제출하여 총 20개의 한국어 태풍 이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140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명된 태풍 이름은 다시 사용할 수 있나요?

아니요,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은 영구적으로 제명되며, 해당 이름을 제출한 국가에서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여 대체하게 됩니다.

태풍 이름 목록이 모두 소진되면 어떻게 되나요?

140개의 이름이 순차적으로 모두 사용되면 다시 1번부터 140번까지 순환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한 바퀴를 도는 데 4~5년 정도 소요됩니다.

예전에 사용되던 서양식 사람 이름은 이제 안 쓰나요?

네, 1999년까지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정한 서양식 남녀 이름을 사용했으나, 2000년부터 아시아 지역 국민들의 태풍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태풍 이름 정하는 방식과 한국어 태풍 이름이 20개나 되는 이유, 그리고 매미, 루사, 힌남노처럼 막대한 피해를 낳아 영구 제명된 역대 최악의 태풍 리스트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았습니다. 귀엽고 온순한 동식물의 이름을 붙인 것은 태풍이 얌전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소박한 기원에서 비롯되었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언제나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입니다.

태풍의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곧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재난의 뼈아픈 기록을 의미합니다. 매년 다가오는 태풍 시즌, 기상청의 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하여 제2의 영구 제명 태풍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시길 바랍니다.